제주대학교 관광학과는 섬 지역이라는 고유한 공간적 맥락을 기반으로 관광학의 학제성과 현장성을 균형 있게 강화해 온 학과로 평가된다. 본 글은 학과가 지역 관광산업과 맺고 있는 복합적 연계 구조를 교육, 연구, 산학협력, 지역정책 파트너십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항공·숙박·모빌리티·관광벤처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나타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확산, 방문객 경험 설계의 고도화, 자연·문화자원의 지속가능한 보전 문제를 함께 다루며,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의 교과 설계가 현장 수요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또한 관광 수요의 계절 편중, 과잉관광에 따른 지역 생활환경 부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규범의 강화 등 구조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 전략을 제안하고, 대학이 지식 허브로서 지역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도 논의한다. 독자는 본 글을 통해 학과의 교육적 가치와 산업 연계의 실제 작동 방식,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섬 관광을 구축하기 위한 로드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 섬의 현실을 반영한 관광교육의 공공성
제주대학교 관광학과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관광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섬이라는 폐쇄성과 개방성이 공존하는 지리적 조건, 자연경관과 생활문화가 공생하는 지역 정체성, 그리고 계절·국가·세대별로 요동치는 수요 변동성까지, 제주가 가진 복합적 맥락을 해석하고 균형감 있게 조정하는 공공적 역량을 기르는 데 핵심 가치가 놓여 있다. 이 때문에 학과의 커리큘럼은 기초이론에서 출발하되 현장문제 해결에 닿도록 설계된다. 관광지리·관광행동·서비스경영·문화자원론 같은 전통 과목 위에 데이터 분석, 수요예측, 공간통계, 지속가능성 평가 같은 증거기반 과목을 결합하고, 캡스톤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기관과 기업의 실제 과제를 학습의 매개로 삼는다. 이러한 구조는 학생이 ‘관광’을 소비의 언어로만 이해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환경의 관점에서 재정의하도록 이끈다. 예컨대 특정 해변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과제를 수행할 때, 단순 판촉보다 이동동선, 대중교통 접근성, 쓰레기 회수 체계, 지역 상권과의 상생 효과까지 함께 고려하는 사고틀을 훈련한다. 이는 관광학이 서비스 산업의 기술을 넘어, 도시계획·생태·문화정책과 맞물린 종합 지식임을 체감하게 만든다. 나아가 학과는 다언어 커뮤니케이션과 갈등조정 스킬을 중시한다. 다국적 방문객의 기대와 지역 주민의 생활권 보호가 충돌할 때, 수집된 데이터와 공론화 절차를 토대로 합리적 타협점을 설계하는 능력이 곧 전문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대학교 관광학과의 교육은 이론과 실무, 데이터와 서사, 시장과 공공의 접점을 잇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이는 섬 관광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지역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수렴한다.
2. 커리큘럼, 산학협력, 정책연계의 작동 메커니즘
첫째, 커리큘럼은 문제정의→데이터수집→분석→정책·비즈니스 제안→현장적용→피드백의 순환 구조를 전제로 한다. 학생들은 위치기반 데이터, 카드매출, 숙박·항공 예약, SNS후기, 환경센서 지표 등 다양한 원천을 윤리 기준에 맞게 취합하고, 수요예측 모델이나 A/B테스트 설계를 통해 실험적 검증을 수행한다. 결과물은 관광코스 리디자인, 가격·재고 전략, 체류형 상품 개발, 대중교통 연계 강화 같은 실행안으로 구체화된다. 둘째, 산학협력은 가치사슬 전반을 포괄한다. 공항·항공, 렌터카·모빌리티, 호텔·게스트하우스, 레저·문화시설, 로컬푸드·축제 등 파트너와의 공동 프로젝트에서 학생은 실시간 데이터 대시보드 구축, 고객 여정 맵 설계, ESG성과 측정 체계 수립 등 실무를 경험한다. 셋째, 정책연계는 대학의 지식 중개 기능을 전제로 한다. 기초 지표 체계 표준화, 방문객 수용력(capacity) 진단, 환경부하 모니터링, 규제 샌드박스 제안 등 공공의제를 대학이 설계·검증하고, 민·관·학 협의체에서 합의 가능한 옵션을 제시한다. 넷째, 지역 사회와의 상생은 필수 조건이다. 관광수익의 지역 환류율을 높이려면 로컬 브랜드와의 공동 상품, 마을 해설사 양성, 생활권 보행 동선 정비, 야간 소음 관리 같은 미시적 개선이 필요하다. 다섯째, 국제화 또한 중요하다. 다국적 시장의 취향 다변화에 대응해 다언어 콘텐츠 제작과 국제 규범(동물복지, 탄소중립, 접근성 표준 등)을 선제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기본 인프라이다. 무인·모바일 체크인, 실시간 혼잡도 안내, 예약·결제 통합, 맞춤 추천 알고리즘 등은 체류 경험의 품질을 좌우하며,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이라는 윤리 문제를 함께 다룰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학과와 산업의 연계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학습과 혁신이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 잡는다.
3. 지속가능한 섬 관광을 향한 전략 로드맵
제주 관광의 미래는 성장의 속도보다 질의 균형에 달려 있다. 제주대학교 관광학과가 제안할 수 있는 전략 로드맵은 세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증거기반 거버넌스’의 제도화이다. 방문객 수요, 교통흐름, 환경부하, 주민 만족도 지표를 표준화하고 공개함으로써 정책과 사업의 근거를 투명하게 축적해야 한다. 둘째, ‘분산형 체류’의 촉진이다. 특정 명소로 쏠리는 흐름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문화거점, 골목 상권, 마을 산책로, 친환경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미시적 네트워크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셋째, ‘탄소중립과 회복력’의 내재화이다. 교통·숙박·식음·레저 전 과정의 탄소발자국을 계량하고 감축하며, 기후 리스크에 대비한 대체 동선과 비상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상시 점검해야 한다. 이 세 축은 교육과 연구, 산업과 행정, 주민과 방문객의 공동 실천이 뒷받침될 때 효과를 발휘한다. 학과는 이를 위해 캡스톤 프로젝트를 지역 의제와 직접 연결하고, 데이터 리터러시·갈등조정·다언어 소통을 필수 역량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산업 부문은 로컬 파트너와의 이익 공유 모델을 확장하고, 공공 부문은 규제·인센티브를 정교화해 민간의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제주 관광의 경쟁력은 ‘더 많이 오게 하는가’가 아니라 ‘더 오래, 더 깊이, 더 책임 있게 머물게 하는가’로 측정되어야 한다. 제주대학교 관광학과가 지식 허브이자 중재자로서 축적한 실증과 신뢰는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자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관된 데이터, 상호 신뢰, 작은 개선의 지속적 축적이며, 이는 섬의 일상과 자연을 지키면서도 모두가 혜택을 나누는 관광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